사자지크 2021. 7. 11. 00:01
천문산을 걷다


케이블카에 내려서 둘러보니 구름이 여전히 자욱하다. 등산로 안내 지도를 보니 천문산은 동서 양쪽 방향으로 나누어 돌 수 있었다. 우리는 서쪽을 선택했다. 펜데믹 이전에는 한국인들도 워낙 많이 찾던 관광지였던 곳이라 그런지 한국어로도 설명이나 안내판이 제법 잘되어 있었다.


산책로 총 길이가 28km 정도 된다는데 길이 너무 잘 되어 있어 힘든 느낌은 그닥 없었다.  너무 잘 되어 있는 관계로 내가 지금 산위에 오른건지, 일반 공원을 걷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천문산 산책로


시시각각 움직이는 구름과 그에 따라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해로 인해 그날 하루 동안의 천문산은 만가지 얼굴을 보여 주었다.

 

 

 

 


오르히이는 또래 요즘 아이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책과 자연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 책은 디지털보다는 손으로 만질수 있는 책, 자연이라 함은 산,바다,강,호수,숲등 평소에도 자연이 그리워 도시 속 공원을 많이 찾아다니는 듯 하다. 가끔은 너무나 어른스럽기도 하고, 또 가끔은 너무 소녀같다. 그녀는 이곳에서 유리잔도 걸어보기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잔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5元을 주고 입장권을 구매해야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리잔도를 걸어보기위해 줄을 서있었다. 평일이었음에도 그곳엔 다소 사람이 많아 아찔한 아래 풍경을 음미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지도 상에는 천문산에는 유리잔도가 총 3개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서쪽루트에 있는 유리잔도가 비교적 긴편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제일 붐비는 것 같았다. 사진을 찍거나 좀 한가롭게 고도감을 느끼고 싶다면 다른 쪽 우리잔도을 추천. 하지만 주말&연휴는 세 곳 모두 발디딜틈이 없지 않을까 싶다.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보며 산보하듯 가볍게 걷다보니 어느새 4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6시까지는 짐을 찾으러 오라는 짐 보관소 직원의 말이 떠올라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천문동까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한참동안이나 내려오면 천문동이 있고, 그 아래로 엄청나게 가파른 999개의 계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살짝있는 나는 난간을 잡고 미친듯이 내려왔다. 빨리 그곳을 벗어 나고 싶었기때문이다. 계단을 모두 내려왔을때 양 다리가 후들거렸다. 실제로 후들후들 했다. 오르히이는 나보다는 편안하게 내려오는 것 같았는데 다 내려온 후 그녀도 다리가 후덜거린다고 말했다. 우리의 다리통증은 여행 내내 우리와 함께 했다.


999의 계단을 내려오면 걸어서 케이블카 타는 곳 까지 다시 이동해 가야 한다. 처음에 산에 오를때
탄 케이블카와는 다르다. 수용인원이 훨씬 많고 크며, 구간도 짧은 편. 케이블카에서 내려 제법 걸어야 셔틀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걷는 동안 공연장을 발견했다. 이 곳에 공연관련 표도 판매하는 것 같던데, 아마 이곳에서 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작은 호수가 나온다. 나는 이 사진이 개인적으로 좋은데, 이 곳은 누가 어떤 날 찍어도 근사하게 나올 것 같다.


이곳을 지나면 셔틀버스 타는 곳이 나온다. 이제 우리는 하산! 짐보관소에 도착하니 딱 18:01. 짐을 찾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짐을 찾아갔는지 짐을 맡길때와는 다르게 내부 수납장이 많이 비어 있었다. 비록 관광안내소에서는 계속 문을 열고 있다고 했지만 (보관소 직원 “6시까지는 오렴”) 중국은 같은 일을 이 사람 말 다르고, 저사람 말 다르고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스스로 판단해서 안전한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천문산 앞에서 라면을 먹고 나왔을때 맥도널드를 봐두었다. (오르히이는 KFC , 맥도널드등에서 판매되는 피쉬버거는 먹을수 있다.) 우리는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를 찾아갈 방법을 검색하다 그냥 DD(중국의 우버)를 불러 가기로 했다. 시간이 이미 늦어 그곳으로 가는 버스가 끊긴것 같았고, 둘다 다리가 너무 아팠기때문이다.

참고로,,,
이른 아침에 입장하면 더 좋을 듯 하고 중국 음식이 그다지 입에 맞지 않는다면 먹을거리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중간 중간 매점은 많이 있다. 하루일정으로 소화해낼수 있는 곳이지만 생각보다는 많이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