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않기 위한 여행일지/중국 2020-2021

무슬림 친구와 떠난 장가계 여행!

사자지크 2021. 7. 8. 15:41
여행은 언제나 설레인다.


장가계 삼림공원안의 원가계 : photo by 사자지크


여름에 함께 여행을 하기로 한 오르히이가 가고 싶어 한 곳은 무척이나 많았다. 그곳들을 모조리 갈 방법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없으니 그 많은 곳 중에서 제일 가고 싶은 곳을 우선 정해보라고 이야기 했다. 그녀는 한동안 고민 후 우선 가까운 곳으로는 乌镇,东极岛 그리고 먼 곳으로는 张家界 라고 했다. 저 곳중에서도 우리가 함께한 첫 여행지는 장가계가 되었다.

장가계 : 여행 준비


우선 기차표를 사야했다. 기차표는 내가 사기로 했다. 작년부터 여행할때 종종 기차를 이용하면서 중국에서의 기차 이용이 익숙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장거리 이동을 할때는 버스보다는 기차를 더 선호한다. 어린시절엔 시외버스를 타면 나던 이상한 냄새때문에 멀미를 자주 했었는데, 그 때문에 장거리 버스를 타야할때 부모님은 미리 멀미약을 준비하셔서 내게 먹이셨다. 부모님이 지켜 봐야할 어린 자식의 안쓰러운 구토 모습과 그 뒷정리의 수고로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먹어야한 했던 액체형 멀미약은 혀끝에 닿자 말자 구역질이 났다. 어린 시절의 내 관점에서 보자면 멀미약은 멀미를 더 빨리 유발 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약 같았다. 시간이 좀 흐르면서는 멀미약을 안먹기 위해 멀미를 참는 단계가 왔고, 그 단계에 이르자 멀미는 더이상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는 버스라는 존재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된 듯하다.

장가계까지 가는 표를 감색해보니 상하이남역에서 출발하면 그곳까지 18-20시간 사이다. 침대좌석으로 표를 사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일반좌석과 침대좌석의 가격이 제법 차이가 났다. (일반좌석 180.5 : 침대좌석: 321.5 ) 이제 곧 스물 두살이 된 오르히이는 20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거리를 앉아서 가는 것이 어떨까 했다. 그것은 나로서는 불가능 했다. 20살의 나로 돌아간다면 그러자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내 본 지금의 나에게는 그때의 용감무쌍했던 무모함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이러쿵 저러쿵 우리가 침대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자 다행이도 쉽게 수긍해주었다.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표는 그리 애먹지 않고 살 수 있었는데, 돌아오는 표가 없다. 너무 갑자기 결정된 여행이라 일정을 코앞으로 정하고 표를 구하려니 쉽지가 않다.
오르히이에게 일정을 미루는 것이 아떠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그냥 이 기간에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것은 그녀의 종교와 관련이 있는데 자신은 지금이 매직데이이고 이기간에는 기도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 그녀는 내 눈에도 니름 독실해 보이는 무슬림이다)
비록 나는 종교가 없지만 독실한 종교인은 그의 신념을 존중해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생기게 된것은 어떤 것에 신념을 가지고 그에 따라 살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닭고 나서 부터인것 같다. 일단 가는 표는 구했으니 돌아오는 표는 어떻게든 되겠지. 사지 못하게 된다면 환승에 환승도 생각해 볼 생각이었다.

떠날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우리는 18시간 29분의 시간을 버틸 식량을 나누어 준비하기로 했다. 중국의 기차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판다. 지금까지 봤던 음식을 나열해 보자면 각종 과일, 국수, 여러가지 도시락, 샐러드, 과자, 음료 등등 하지만 기차간에서 파는 음식이 대부분 그렇듯 우선 맛이 그렇게 썩 있지는 않다. 그리고 비싼편이다.
그리고 오르히이는 무슬림 그것도 독실한 무슬림이기에 먹는 것에 대한 제한도 상당히 많다. 제일 좋은 방법은 스스로 먹거리를 준비해서 기차에 오르는 것이다. 나는 과일을 준비하기로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준비한 것은 아니고 준비 되어져 있었다. 집주인이 팔려고 내 놓은 집을 보러 얼마전 30명 가까이 되는 부동산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왔었는데 그 메인 담당자가 미안했던지 과일 바구니를 들고왔기 때문이다. ( 사과2,오렌지2,귤2,바나나2,배1,망고1,용과1)
오르히이는 간식과 빵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빵은 잊었다고 했다. 물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초코파이한통,치즈크래커한통,초콜릿)

내가 들고간 과일

기차 길에서 읽을 책을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로드 받았다. 첫 한달은 무료기도 해서 이번에 가입을 했는데, 써보니 중국에서는 VPN을 키지 않으면 책을 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구독은 취소해야 할 것같다.
그리고 상하이를 떠나는 날 다행이도 표를 구했다고 씨트립에서 메세지가 떴다. 소요시간 20시간 36분, 그녀는 맨 위칸(322.5元)이고, 나는 중간칸(333.5元)이다. 이런 빌어먹을 아래층 침대좌석은 왜이리 구하기 힘든 것인가.

여행 배낭 안에는 우산, 보온병, 여분의 옷(속옷,티,바지등), 보조배터리, 휴지, 물티슈, 크림, 연고, 모기약 등등으로 채워졌다.